권리가 먼저 생기고 구조가 뒤따른다 — 마이데이터 제도와 업권 경쟁, 그리고 데이터 경제
흩어진 내 정보를 한자리에 모을 권리가 법으로 생기자 사업이 자유업에서 허가제로 옮겨 갔고, 정보를 긁어 오던 방식이 금지됐으며, 경쟁의 축이 세 갈래로 갈라졌다. 마이데이터가 서 있는 제도적 기반과 중계기관의 자리, 오픈뱅킹과 나눠 맡는 구간, 그리고 데이터 정책을 국가별로 가르는 질문까지 따라간다.
앞 편은 계좌를 잇는 인프라에서 끝났다. 금융회사 50곳과 개별로 계약해야 했던 부담을 공동망 하나가 걷어 냈고, 자금이 움직일 때 출발지는 언제나 고객 본인의 계좌였다.
이 편은 그 옆자리를 본다. 계좌를 잇는 것과 정보를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뒤쪽은 설비보다 권리가 먼저 생겨야 했다. 옮길 권리가 없으면 설비를 놓아도 옮길 것이 없다. 그래서 순서가 이렇게 된다 — 법이 권리를 만들고, 권리가 사업의 형태를 정하고, 사업의 형태가 경쟁의 축을 갈아 놓는다.
마이데이터는 세 조건이 갖춰져야 성립한다
낱말만 보면 「내 데이터」이지만 소유를 주장하는 말이 아니라, 셋이 동시에 성립해야 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 조건 |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나 |
|---|---|
| 관리 | 흩어진 것을 나를 가운데 두고 모아서 건사할 수 있다 |
| 이동 | 어디로 보낼지 어디서 받을지를 내가 정한다 |
| 동의 | 고객이 허락한 범위 안에서 안전하고 투명하게 다뤄진다 |
순서가 그대로 의존 관계다. 모을 수 없으면 보낼 것이 없고 동의 없이 보내면 유출이다. 가운데 줄이 핵심인데 — 오픈뱅킹은 자금의 이동을, 마이데이터는 정보의 이동을 결정하게 한다.
이 셋을 법이 뒷받침한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개인정보 이동권이 권리의 이름이고, 그것을 제도로 내린 것이 개인신용정보 전송요구권(신용정보법 제33조의2)이다. 앞의 둘은 원칙이고 뒤의 하나는 금융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원칙만으로는 요구할 상대가 없으므로, 사업이 서는 자리는 요구권 위다.
자유업이던 것이 허가제로 바뀌었다
출발점은 2020년 8월 시행된 데이터 3법 개정안이다. 앞 편이 이름만 짚고 넘긴 그 셋 — 개인정보보호법 · 정보통신망법 · 신용정보법 — 가운데 신용정보법이 바뀌며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 신설됐고, 사업의 자격 요건이 달라졌다.
| 항목 | 내용 |
|---|---|
| 이전 상태 | 자유업이었다 — 사업자등록만 내면 영업할 수 있었다 |
| 제도화 이점 ① | 긁어 오던 방식보다 정보보호와 보안이 튼튼해진다 |
| 제도화 이점 ② | 금융사가 정보를 내주지 않으면 서비스가 멈추던 약점이 사라진다 |
| 진입 요건 | 허가제로 옮기되 문턱은 낮췄다 — 자본금 5억원, 금융회사 출자요건은 없고, 전산설비는 클라우드도 된다. 접수는 분기말에 모아 받아 심사한다 |
셋째 줄이 앞 편의 협상력 이야기와 같은 모양이다. 요구할 근거가 없으면 상대가 거부하는 순간 서비스가 멈추고, 남는 선택지는 협상뿐이다. 전송요구권은 그 협상을 협상이 아니게 만든다 — 요구하는 쪽이 법에서 근거를 얻기 때문이다.
허가제로 옮겨 가며 함께 막힌 것이 스크린 스크래핑이다.
스크린 스크래핑 금지(신용정보법 제22조의9) —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고객의 접근수단, 곧 인증정보를 제 손에 쥐거나 갈무리해 두는 식으로 신용정보를 긁어모아서는 안 된다.
인증정보를 대신 들고 접속해 화면을 긁어 오면 사업자가 고객으로 위장할 열쇠를 쥐게 된다. 이 금지가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개정이 전송요구권이라는 대체 경로를 함께 냈기 때문이다. 경로 없이 막기만 하면 사업이 통째로 사라진다.
중계기관은 전송 설비의 격차를 메운다
전송요구권이 생겼다고 모든 금융사가 곧바로 응할 수 있지는 않다. 응하려면 전송 설비가 있어야 하는데, 규모가 작거나 거래가 뜸한 곳에는 부담이다. 그래서 신용정보법 제22조의9 제4·5항이 중계기관을 거치는 길을 열어 뒀다. 한국신용정보원 · 코스콤 · 금융결제원 · 각 중앙회 · 행정안전부 등이 그 자리를 맡는다.
눈여겨볼 것은 이용이 제한되는 쪽이다.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 시장점유율 요건 충족 · 정보처리 업무를 위탁하거나 공동수행하지 않음, 이 셋을 채우는 대형 금융사와 통신사, 신용정보회사는 중계기관을 쓸 수 없다.
제한의 방향이 거꾸로다. 보통 규제는 큰 쪽에 편의를 주는데 여기서는 큰 쪽이 배제된다. 스스로 갖출 수 있는 곳까지 몰리면 중계기관이 병목이 되고 정작 갖출 수 없는 곳이 밀려나기 때문일 것이다. 능력의 보완재이지 비용의 절감재가 아니다.
사업자는 95곳인데 방향은 셋뿐이다
허가 사업자는 집계 시점 기준 총 95개사다. 핀테크가 41곳으로 가장 많고 증권 13 · 은행 11 · 카드 10 · 보험 7 · 기타 7 · CB 3 · 저축은행 2 · 상호금융 1이 뒤를 잇는다. 한 업권이 나머지 어디보다 많다는 것이 먼저 눈에 띈다.
그런데 95곳이 내놓는 서비스의 방향은 셋으로 수렴한다 — 모든 금융정보를 한눈에 보는 통합조회, 맞춤형 상품과 혜택을 권하는 개인화, 자산을 분석해 오픈뱅킹과 묶는 흐름 창출이다. 마지막 것만 성격이 다르다. 앞의 둘은 정보를 보여 주는 데서 끝나지만 셋째는 자금이 이동하고, 마이데이터 단독으로는 여기 닿을 수 없다.
사업의 범위를 넓히는 장치는 겸영업무 10종과 부수업무 12종이고, 구분은 본업과의 거리다. 겸영은 다른 업권의 업무를 함께 하는 것으로 은행이 창구에서 펀드나 보험을 파는 경우가 그렇고, 부수는 본업은 아니나 관련이 깊은 업무로 대여금고가 그렇다. 이 둘을 붙여 신용과 자산을 함께 관리해 주는 쪽으로 넓히는 것이 기본형이다.
붙이는 절차는 세 단계인데 첫 단계에만 최소 3개월이 든다. ① 본인신용정보관리업 허가를 받고(예비 2개월 + 본허가 1개월), ② 테스트베드와 API 가이드를 검토한 뒤, ③ 이용약관을 포함해 서비스를 기획하고 출시한다. 앞 편과 같은 구조인데 — 허가가 개발보다 앞선다 — 앞 편의 전자금융업 등록은 심사가 없었고 이쪽은 허가라 심사가 붙는다. 3개월은 협의로 줄일 수 있는 값이 아니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는 여정의 다른 구간을 맡는다
앞 절의 「흐름 창출」이 왜 단독으로 성립하지 않는지가 여기서 드러난다. 하나의 흐름을 네 구간으로 끊어 보면 두 제도가 맡는 자리가 갈린다.
앞의 두 칸은 사용자 쪽 일이고 뒤의 두 칸이 제도가 붙는 자리다. Use 구간은 마이데이터가, Action 구간은 오픈뱅킹이 맡는다. 맞는 상품을 찾으려면 흩어진 자산을 모아야 하고, 옮기려면 자금이 계좌 사이를 건너야 한다.
Action 구간을 붙이려면 API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 — 오픈뱅킹의 출금 · 입금 · 잔액조회 · 수취조회 API, 그리고 마이데이터 API 여럿이다. 앞의 넷이 오픈뱅킹의 것이고 마지막 하나가 이 편의 것이다.
오픈뱅킹을 기능 하나로 세지 말 것 — 끊겨 있던 여정을 이어 붙이고(Critical User Journey), 막히던 자리를 풀며, 실제로 의미 있는 자금의 흐름을 만들고, 고객이 금융회사를 보는 눈을 바꾼다. 「맡겨 둘 뿐 옮길지는 내가 정한다」 쪽으로.
마지막 항목이 첫 절의 세 조건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고객 쪽에서 보면 보관하는 곳과 결정하는 주체가 갈라졌다는 뜻이다.
경쟁은 세 갈래로 갈라졌다
제도가 바뀌자 경쟁의 축도 바뀌었다. 세 갈래가 동시에 성립한다.
| 대결 | 성립 이유 |
|---|---|
| 금융권 vs 핀테크 | ① 고객을 중심에 두는 사고가 힘을 얻었다 ②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가 나왔다 ③ 같은 업권 안에서도 다툰다 ④ 빅테크가 들어오며 메기효과가 생겼다 |
| 핀테크 vs 핀테크 | ① 쓸 수 있는 사업모형이 좁다 — 전자금융업 · 오픈뱅킹 · 마이데이터에서 나올 아이디어가 닮는다 ② 아직 전통 금융사에 기댄다 — 금융사가 지분과 기술을 사들이는 중이다 ③ 법과 규제가 속도를 못 따라온다 |
| 금융권 vs 금융권 | ① 이촌향도와 지방 인구 감소로 노리는 고객이 겹친다 ② 디지털 전환에서 중소은행의 위기와 성장이 갈린다 ③ 사업모형에 한계가 있다 — 법과 규제, 그리고 행동 |
첫 줄이 원래는 성립할 수 없는 대결이었다. 핀테크가 서비스를 내려면 금융권과 손을 잡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통로를 쥔 쪽과 빌리는 쪽은 경쟁 관계가 되기 어렵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가 통로를 표준화하면서 비로소 같은 선에 서게 됐다.
둘째 줄의 첫 항목은 그 결과다. 제도가 통로를 표준으로 깔면 누구나 같은 재료를 쥐게 되므로 아이디어가 닮는다. 95개사의 서비스 방향이 셋으로 수렴한 것이 같은 현상이다.
항공모함과 모터보트는 무엇이 다른가
금융권과 핀테크의 차이를 배에 빗대면 축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다.
| 항공모함(금융권) | 모터보트(핀테크) | |
|---|---|---|
| 속도 | 32노트를 넘긴다 | 22노트 안팎이다 |
| 방향 전환 | 한번 잡은 뱃머리를 되돌리기 어려워 정하기까지 오래 잰다 | 순간마다 뱃머리를 돌릴 수 있다 |
| 구성원 | 맡은 임무를 지켜야 배가 순항한다 | 빨리 정하고, 틀리면 다시 잡을 기회가 있다 |
첫 줄이 뒤집혀 있는 것이 요지다. 절대속도는 항공모함이 빠른데 승자는 모터보트다. 그렇게 갈리는 이유는 둘째 줄에 있다.
흠 없는 답을 내려다 시간을 흘려 기회를 놓치느니, 좀 흔들리더라도 끝내 옳은 쪽으로 가 있는 편이 낫다 — 핀테크가 딛고 선 태도가 그것이다.
목적지가 고정돼 있지 않은 시장에서는 방향을 바꾸는 비용이 속도보다 크게 작용한다. 32노트로 달리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되돌아오는 시간이 22노트로 달린 거리를 지운다.
다만 전면전만은 아니다. 오월동주 — 경쟁하면서도 업권 차원의 대응은 함께 논의하고 제도 변화를 위해서는 목소리를 모은다. 앞 절의 둘째·셋째 줄에 「법과 규제」가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데이터 경제는 데이터가 촉매가 되는 단계다
여기서부터는 더 넓은 자리를 본다. 먼저 낱말 넷을 갈라 둔다.
| 개념 | 정의 |
|---|---|
| 정보(Information) | 재어 보고 관찰해 얻은 자료를 문제 풀이에 쓰게끔 추린 지식 |
| 데이터(Data) | 그 가운데 처리장치를 거쳐 기계가 읽어 낼 수 있는 정형·비정형 형태가 된 것 |
| 데이터 산업 | 데이터를 만들고 흘려보내고 사고팔고 쓰는 일과 그것을 돕는 서비스 |
| 데이터 경제 | 그 활용이 다른 산업을 밀어 올리는 촉매가 되어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낳는 단계 |
첫 줄과 둘째 줄이 갈리는 자리가 「기계가 읽을 수 있는가」이고, 마이데이터가 전송하는 것은 뒤쪽이다. 셋째와 넷째는 시야가 다르다 — 산업은 그 안의 일을 세고, 경제는 바깥 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센다.
데이터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1년 23조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고, 연평균 3조원 이상 자라 2025년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성격을 두고는 두 비유가 맞선다.
데이터는 석유 — 성장의 동력원이다. / 데이터는 햇빛 — 모든 산업의 필수 자원이다. (이코노미스트, 2020.02.)
두 비유가 갈리는 자리는 희소성이다. 석유는 파낸 만큼 줄고 가진 쪽이 힘을 갖지만, 햇빛은 줄지 않고 누가 얼마나 잘 쓰는지만 갈린다. 전송요구권은 앞쪽 성질을 뒤쪽으로 옮기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데이터 정책은 「누가 통제하는가」로 갈린다
같은 데이터를 두고 국가별 정책이 갈리는데, 갈리는 지점은 하나로 정리된다.
| 나라 | 정책 | 육성 기구 | 규제 | 특징 |
|---|---|---|---|---|
| 미국 | 연방데이터 전략 | 최고데이터책임자 위원회 | 주별 프라이버시 보호법 | 연방기관의 역량을 끌어올린다. 범정부 개인정보보호법은 없다 |
| 중국 | 14차 5개년 빅데이터 산업발전 규획 | 공업정보화부 | 데이터보안법 | 정부가 위에서 아래로 육성한다 |
| EU | 유럽 데이터 전략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 GDPR | 하나로 묶인 데이터 생태계를 지향한다 |
| 한국 | 종합적 데이터 정책 체계 정립 | 국가 데이터정책 위원회 | 관련법 약 11개 제·개정 | 컨트롤타워를 두되 민간 자율규제와 함께 간다 |
표 밖에 이 넷을 가르는 질문이 하나 더 있다 — 데이터를 누가 통제하는가. 미국은 디지털 기업이, 중국은 정부가, EU는 기본권과 가치에 기대어 개인이 통제한다.
셋째 답이 이 편의 주제와 가장 가깝다. 개인이 통제한다는 원칙을 제도로 내리면 전송요구권 같은 것이 나온다. 원칙은 어느 나라든 적을 수 있지만 요구할 상대와 응할 의무를 정해 둔 나라에서만 작동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전략에는 승자 독식이 없다
그 위에서 무엇을 하는지가 남는데, 출발점은 전제 하나다.
한 곳이 다 가져가는 일은 없다. 플랫폼 시장에 독점은 서지 않고, 바뀌지 않으면 죽는다. 뒤집으면 기회가 늘 남아 있다는 말이다. 사용자가 언제 떠나고 언제 되돌아올지 알 수 없으니, 그가 지나는 길을 쉬지 않고 확인한다.
독점이 없다는 것은 앞선 쪽에 위협이고 뒤진 쪽에 기회다. 95개사가 비슷한 재료로 비슷한 방향을 잡았다면, 갈리는 자리는 재료가 아니라 다루는 방식이다.
문제를 찾는 채널은 여섯 갈래다 — 사용자 인터뷰 · 설문조사 · 리서치 · VOC 모니터링 · 내부 직원의 목소리 · 데이터(지표). 다섯째만 방향이 반대인데, 채널로 세어 두지 않으면 개인의 불평으로 처리되고 만다.
도구로는 AARRR 퍼널과 북극성 지표가 있다. 편3이 다룬 지표 체계가 여기 얹힌다.
방향을 정하는 명제는 짧다.
고객은 손수 많이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많이 얻기를 바란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주어가 다르다. 하는 것은 고객의 몫이고 바라는 것은 결과다. 그러므로 기업은 적게 시키고 많이 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 뒤에는 고객이 바쁘고, 선택지가 많고, 똑똑하다는 세 전제가 깔린다. 마이데이터가 통합조회에서 출발하는 이유가 여기 닿는다.
이 영역을 오래 다뤄 온 해외 사례가 있다. Credit Karma는 신용점수로 출발해 금융관리 플랫폼으로 넓혔고 Intuit에 인수된 뒤에도 독자 브랜드를 지킨다. LiveRamp는 데이터 협업 플랫폼으로 산업 경계를 두지 않으며, WalletHub · Experian 등은 20여 년 전부터 이 일을 해 왔다. 제도가 생기기 전에도 그 일을 하던 곳이 있었다는 뜻이다 — 제도는 없던 사업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정당한 경로를 깐 것이다.
그 결과가 빅블러의 가속이다. 핀테크가 종합금융서비스를 이끌고 금융권도 제휴와 혁신금융서비스로 생활금융플랫폼을 만들면서 업권 경계가 흐려진다. 「세 갈래 경쟁」이 동시에 성립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 누구와 경쟁 중인지가 업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데이터 인프라는 다섯 가지 능력으로 나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이 얹히는 바닥을 본다. 금융분야의 데이터 인프라는 다섯 능력으로 갈리는데, 고르게 갖춰져 있지는 않다.
| 요건 | 현실 |
|---|---|
| 1. 수집 | 금융기관은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
| 2. 저장 | 대용량으로 저장하되 안전해야 하고, 또 안전해야 한다 |
| 3. 처리(가공) | 전략과 분석에서 기관별 격차가 있다 |
| 4. 보안 | 이것을 잘 푸는 일도 과제가 됐다 |
| 5. 활용 | 의사결정에 쓴다. 도구는 여럿 있다 |
다섯 줄 가운데 셋째 줄에만 격차가 적혀 있다. 나머지 넷은 능력의 내용을 말하는데, 이 줄만 기관 사이의 편차를 말한다.
규제도 이 바닥을 따라 움직였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4월 「금융분야 클라우드 및 망분리 규제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망분리를 빡빡하게 걸고 클라우드 절차까지 까다롭게 하면 새 기술이 들어올 길이 막힌다는 지적이 쌓인 끝이었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 풀어 주는 대신 금융회사와 핀테크가 스스로 보안을 챙기라는 것이다. 넷째 줄이 과제가 된 배경이 이것이다. 절차로 막아 두던 것을 풀면 막아 주던 몫을 각자가 떠안는다.
이 편이 쓴 용어
| 용어 | 원어 | 이 편에서의 뜻 |
|---|---|---|
| 마이데이터 | 본인신용정보관리업 | 관리 · 이동 · 동의 셋이 갖춰져야 성립하는 상태이자 그 위에 선 사업의 법적 이름 |
| 개인신용정보 전송요구권 | — | 금융회사에 「내 것을 저기로 보내라」고 말할 수 있는 권한. 신용정보법 제33조의2 |
| 데이터 3법 | — | 2020년 8월 개정으로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낸 세 법률의 통칭 |
| 스크린 스크래핑 | screen scraping | 인증정보를 대신 들고 접속해 화면을 훑는 수집 방식. 위장할 열쇠를 남겨 막혔다 |
| 중계기관 | — |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곳의 전송을 대신 맡는 기관. 능력의 보완재다 |
| 겸영업무와 부수업무 | — | 타 업권 업무를 함께 하는 쪽과, 본업 밖이되 가까운 업무를 하는 쪽 |
| 빅블러 | Big Blur | 경계가 흐려져 경쟁 상대가 업권으로 정해지지 않게 되는 현상 |
「데이터 3법」은 지도편이 앞 편과 이 편에 함께 배정한 용어다. 앞 편은 이름만 짚었고 마이데이터가 그 위에 어떻게 서는지는 이 편이 맡았다.
일곱 가운데 스크린 스크래핑과 빅블러 둘을 뺀 다섯이 법조문이나 제도의 이름이라, 앞 편의 낱말들이 그랬듯 회의에서 합의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성격이 다르다 — 앞 편의 요건은 「무엇을 하면 안 되는가」를 정했고, 이 편의 권리는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가」**를 정한다. 금지는 사업의 범위를 좁히고 권리는 사업의 자리를 만든다.
정리
마이데이터는 모으고 옮기고 동의를 받는 세 조건이 동시에 성립해야 하는 상태이고, 이동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전송요구권이다. 같은 개정이 자유업을 허가제로 옮기고 스크린 스크래핑을 막았으며,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금융사를 위해 중계기관을 놓았다.
이 편이 남기는 한 문장은 그 짝에 관한 것이다. 막는 규제는 대체 경로와 짝을 이룰 때만 놓을 수 있다. 인증정보를 넘겨 화면을 긁어 오던 방식은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막히지 않았다. 요구하면 응해야 하는 통로를 같은 개정이 함께 냈기 때문에 막을 수 있었다. 앞 편의 공동망이 협상력의 문제를 풀었듯 이 편의 요구권은 거부당하면 끝나는 구조 자체를 없앴다.
경쟁의 축이 세 갈래로 갈라진 것도 그 결과다. 통로가 표준이 되면 쥔 쪽과 빌리는 쪽이 같은 선에 서고, 같은 재료를 쥔 만큼 아이디어가 닮으며, 경계가 흐려져 상대가 누구인지도 업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그 위에서 다섯 인프라 능력 가운데 처리(가공)에만 기관별 격차가 적혀 있다는 사실이 마지막 자리를 가리킨다.
여기까지가 이 시리즈 여덟 편의 끝이다. 지도편으로 돌아가면 각 편이 맡은 자리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