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의 지표가 다른 값이 된다 —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와 지표 사전
전환율이 20%라는 말은 무엇을 분모로 삼았는지를 함께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특정하지 못한다. 값을 세기 전에 사용자 행동으로 분모와 분자를 정해 두는 일, 퍼널 다섯 구간에 지표를 걸어 두는 일, 그리고 숫자가 가리킨 자리와 실제 원인이 어긋났을 때 무엇으로 메우는지를 따라간다.
앞 편은 지표를 사슬로 이어 두는 데까지 왔다. 어느 값이 어느 값을 움직이는지 미리 적어 두어야 값 하나가 올랐다는 소식을 판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칸에 실제로 값을 채우려고 하면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 「전환율 20%」라는 말은 무엇을 분모로 삼았는지를 함께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특정하지 못한다. 같은 이름을 쓰면서 서로 다른 값을 보는 상태는 오래 유지될 수 있고, 그때는 지표를 나란히 놓는 일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편은 값을 세는 자리를 다룬다. 그 값으로 무엇을 바꿨는지는 다음 편의 몫이고, 여기서는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세는가만 본다.
같은 요청인데 하나만 통과하는 이유
같은 개선을 요청하는 두 사람을 나란히 놓으면 이 차이가 드러난다. 회원가입 화면을 고치자는 요청이고 대상도 같다.
| 물음 | 앞사람 | 뒷사람 |
|---|---|---|
| 왜 개선해야 하는가 | 회원가입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 회원가입 화면의 전환율이 20%다. 데려온 사용자의 80%가 가입하지 않고 떠나므로, 고치면 확보하는 수가 늘어난다 |
| 배포한 뒤의 반응은 | 써 보니 이전보다 편해졌다 | 전환율이 두 배인 40%가 되었고 한 달에 3만 명가량을 더 확보했다. 이탈을 더 줄이려고 문구와 쿠폰을 검토하고 있다 |
두 답의 차이는 성의가 아니라 검증 가능성이다. 앞사람의 문장은 참인지 거짓인지 밖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고, 뒷사람의 문장은 같은 방법으로 다시 재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확인할 수 있는 문장만이 다음 요청의 근거로 쌓인다.
근거가 놓이지 않으면 그 자리는 다른 것으로 채워진다. 그 상태를 가리키는 낱말이 최고 연봉자의 의견인데,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 감각이 틀려서가 아니라 사후에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거 없이 내린 결정은 성공해도 왜 성공했는지 남지 않는다.
⇒ 데이터를 근거로 삼는 일의 값어치는 결정의 객관성과 시도에서 교훈을 남기는 것 둘로 갈린다. 뒤엣것이 흔히 빠지는데, 결과를 재지 않으면 실패한 시도는 그냥 사라진다.
전환율 하나를 보려면 먼저 정해야 할 것이 있다
전환율을 보겠다고 정한 다음에도 바로 볼 수 있는 것은 없다. 그 값을 만들려면 분모와 분자를 사용자의 행동으로 옮겨 적어야 하고, 그 행동이 기록되고 있어야 한다.
세 칸이 각각 다른 종류의 결정이다. 무엇을 보기로 할 것인가, 그 말을 어느 범위로 한정할 것인가, 그 범위를 시스템이 기록하는 사건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셋째 칸에서 막히면 앞의 두 칸이 아무리 정확해도 값은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시작은 기록하기」라는 말이 나온다. 무엇을 기록할지는 무엇을 보기로 했는지가 정해진 다음에야 정할 수 있고, 순서가 뒤집히면 쌓이는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용량이다.
분석을 남에게 넘기면 잃는 것
값을 세는 일을 분석 담당자에게 넘기면 편해 보이지만, 직접 보아야 하는 이유가 셋 있다.
| 이유 | 무엇을 잃게 되는가 |
|---|---|
| 기능 이해도 | 그 기능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요구사항을 쓴 사람이다. 조건을 옮겨 적는 과정에서 그 이해가 빠진다 |
| 확인까지의 시간 | 답을 받는 사이에 다음 질문이 떠오르는데, 그것이 매번 대기열에 들어가면 파고들기가 끊긴다 |
| 되풀이로 붙는 감각 | 값을 자주 본 사람만 이상한 값을 이상하다고 느낀다. 이 감각은 설명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
셋째 줄이 앞의 둘과 성격이 다르다. 앞의 둘은 넘기는 순간 잃는 것이고 셋째는 넘기는 동안 붙지 않는 것이므로, 한 번의 위임은 손해가 작은데 관행이 되면 되돌리기 어려워진다.
무엇을 했는가와 왜 했는가는 다른 데이터가 답한다
값을 세는 일에는 처음부터 한계가 하나 있다. 숫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말하지만 왜 일어났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 견주는 자리 | 정량적 데이터 | 정성적 데이터 |
|---|---|---|
| 답하는 물음 | 고객이 무엇을 했는가 | 고객이 왜 그렇게 했는가 |
| 생김새 | 회원가입 전환율 20% | 주로 출근 시간대에 앱을 연다 |
| 강점 | 문제를 특정하고 행동의 흐름을 내다본다 | 원인을 짚고 드러나지 않은 동기를 찾는다 |
| 한계 | 왜인지를 알기 어렵다 | 규모와 대표성을 갖추기 어렵다 |
두 한계가 서로의 강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그래서 둘은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가 된다. 정성부터 시작하면 들은 이야기가 얼마나 넓게 퍼진 문제인지 알 수 없고, 정량에서 멈추면 고칠 자리를 못 찾은 채 숫자만 남는다.
퍼널 다섯 구간에 지표를 걸어 둔다
지표를 늘어놓기 전에 걸어 둘 자리가 필요하다. 널리 쓰이는 틀은 사용자가 지나는 길을 다섯 구간으로 끊는다.
이 다섯 구간이 지도편의 용어표에 퍼널로 올라 있는 그것이다. 아래 표는 구간마다 무엇을 세는지를 겹쳐 놓았다.
| 구간 | 지표 | 무엇을 세는가 |
|---|---|---|
| 전체 | 핵심 성과 지표 | 목표를 이루려고 정한 행동들의 성패를 재는 값. 나머지는 이것 아래에 놓인다 |
| 유입 | 유입 사용자 | 서비스로 들어오는 사용자. 광고를 타고 온 쪽과 찾아온 쪽을 갈라 센다 |
| 유입 | 페이지 열람 수 | 화면이 열린 횟수 |
| 유입 | 순사용자 수 | 그 행동을 한 사람의 수 |
| 유입 | 이탈률 | 들어온 화면에서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고 떠난 비율 |
| 활성 | 전환율 | 서비스가 의도한 행동을 실제로 한 비율 |
| 활성 | 가치를 느끼는 첫 순간 | 이 제품이 왜 필요한지 처음 실감하는 지점 |
| 활성·유지 | 활성 사용자 | 정한 기간 안에 서비스를 쓴 사람의 수. 하루·한 주·한 달로 나눠 본다 |
| 유지 | 잔존율 | 처음 쓴 뒤에 남아 있는 비율. 하루 뒤·한 주 뒤·한 달 뒤로 나눠 센다 |
| 유지 | 이탈률 | 서비스 사용 자체를 그만둔 사용자의 비율 |
| 전체 | 비교 실험 | 둘 이상의 안 가운데 나은 쪽을 고르려고 돌리는 실험 |
| 전체 | 사용자 구분 | 조건을 공유하는 사용자끼리 묶어 나누는 일 |
행을 구간으로 겹친 이유는 지표가 혼자서는 자리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탈률」이 유입과 유지에 한 번씩 나오는데 두 값은 이름만 같고 세는 대상이 다르다. 이름순으로 늘어놓았다면 그 둘이 나란히 붙어 같은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어긋나기 쉬운 쌍이 둘 더 있다. 페이지 열람 수와 순사용자 수는 횟수와 사람 수라서, 한 사람이 열 번 열면 앞은 10이고 뒤는 1이다. 앞의 값을 사람 수로 읽으면 규모를 열 배로 잘못 본다. 두 이탈률은 이름이 같아 표에서 구분되지 않는데, 화면 이탈이 줄었다고 사용자가 남았다는 뜻은 아니다. 두 쌍 모두 세는 쪽이 아니라 읽는 쪽에서 어긋나므로, 이름 옆에 세는 대상을 함께 적어야 닫힌다.
활성 사용자는 신규와 잔존이 겹쳐 쌓인다
하루 단위 활성 사용자를 예로 들면, 그날의 값은 그날 새로 들어온 사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앞선 날에 들어와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이 함께 셈에 들어간다.
| 날짜 | 신규 | 앞선 날에서 남은 사람 | 그날의 활성 사용자 |
|---|---|---|---|
| 첫날 | 100 | — | 100 |
| 둘째 날 | 100 | 전날의 10% | 110 |
| 셋째 날 | 100 | 앞선 이틀에서 누적 | 115 |
신규 유입이 100으로 고정되어 있는데도 값이 오르는 것은 잔존이 겹쳐 쌓이기 때문이다. 뒤집으면 잔존율이 떨어지는 동안에도 신규를 늘리면 활성 사용자 수는 오를 수 있고, 그 상태를 성장으로 읽으면 유입을 멈추는 순간 값이 무너지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여기서 필요해지는 것이 사용자 구분이다. 전체 잔존율이 50%인 상황에서 조건별로 갈라 보면 한쪽은 10%, 다른 쪽은 90%인 그림이 나올 수 있다. 두 그림에서 할 일은 완전히 다른데 뭉쳐 놓은 평균은 그 차이를 정확히 가린다.
왜를 묻는 다섯 가지 방법
정량이 문제를 특정한 뒤에는 원인을 물어야 하고, 그 물음에 답하는 방법은 다섯 갈래로 정리된다. 어느 것을 고를지는 지금 무엇이 없는지가 정한다.
| 방법 | 무엇을 하는가 | 언제 고르는가 |
|---|---|---|
| 정황 조사 | 사용하는 상황에 직접 들어가 곁에서 관찰하고 그 자리에서 묻는다 | 환경이나 사용자가 특수한 서비스, 아직 만들 것이 정해지지 않은 초기 |
| 설문 | 특정 집단에 질문지를 돌린다 | 짧은 기간에 많은 응답이 필요할 때. 질문이 답을 유도하지 않아야 한다 |
| 면담 | 한 명을 깊이 파고들거나, 공통점을 가진 여러 명을 한자리에서 만난다 | 사용자 데이터가 없고, 드러나지 않은 불편을 찾아야 할 때 |
| 사용성 테스트 | 써 보게 하고 어디서 막히는지 관찰한다. 진행자와 관찰자를 두고 소리 내어 생각하게 한다 | 만져 볼 것이 있고, 막힐 자리가 짐작될 때 |
| 고객의 소리 | 들어온 문의와 의견을 모아 읽는다 | 운영 중이고, 흩어진 불만에서 덩어리를 찾을 때 |
다섯 줄의 「언제」 칸이 서로 배타적이다. 만들 것이 정해지지 않았으면 사용성 테스트를 할 대상이 없고, 운영 중이 아니면 고객의 소리는 모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표는 방법의 목록이라기보다 지금 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표로 읽는 편이 맞다.
직접 만날 것인가 이미 있는 것을 볼 것인가
다섯 방법은 모두 사용자를 직접 만나는 쪽이다. 그렇게 하기 어려울 때 쓰는 다른 갈래가 있고, 둘은 비용과 전제가 다르다.
| 견주는 자리 | 직접 만나는 조사 | 이미 조사된 것을 보는 조사 |
|---|---|---|
| 하는 일 | 관찰하거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용자를 이해한다 | 앞서 조사된 내용을 모아 읽는다 |
| 언제 고르는가 | 물어볼 대상에 닿을 수 있고, 확인할 가설이 있을 때 | 데이터를 모으기 어려울 때 · 빠르고 싸게 훑어야 할 때 · 아직 가설이 없을 때 |
오른쪽 칸의 마지막 조건이 이 표의 요점이다. 가설이 없는 상태에서 사용자를 만나면 무엇을 물어야 할지 정해지지 않아 시간이 흩어진다. 그때는 이미 있는 자료로 가설을 먼저 세운다.
이 갈래에는 손댈 자리가 넷 있다 — 기사와 뉴스, 공공 통계, 학술 자료, 그리고 다른 서비스를 견주어 보는 일이다. 마지막 것은 성격이 달라서, 대상을 고르고 자료를 모아 견준 뒤 무엇을 가져올지 판단하는 과정이 따로 필요하다. 견주기는 자료 수집이 아니라 판단이다.
숫자가 가리킨 자리와 원인이 달랐다
마지막 사례는 두 데이터가 맞물리는 방식을 한 바퀴로 보여 준다. 가상자산을 거래하려면 여러 단계의 인증을 거치는데, 단계별 전환율을 재니 한 곳이 뚜렷하게 낮았다.
| 단계 | 전환율 |
|---|---|
| 이메일 인증 | 52% |
| 실명 인증 | 16% |
| 계좌 등록 | 32% |
정량 데이터는 여기까지 말한다. 실명 인증 단계에서 사람이 빠진다는 것이다. 세운 가설은 「인증 절차가 불편해서 떨어진다」였고, 확인하려고 사용성 테스트를 붙였다. 과제는 가입한 뒤 실제로 거래해 보는 것이었고, 소리 내어 생각하게 했더니 나온 말은 두 가지였다.
「무엇을 해야 하지?」 — 거래에 필요한 과정이 있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한다.
「어디 있지?」 — 해야 할 기능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한다.
둘 다 불편함에 대한 말이 아니다. 막힌 것은 절차의 번거로움이 아니라 인지와 탐색이다. 정량에서 멈춘 채 절차 간소화에 자원을 넣었다면 전환율은 그대로 남았을 것이고, 그때도 숫자는 「아직 덜 간소화되었다」고 읽혔을 것이다.
⚠️ 이 흐름에서 가설이 기각된 자리가 중요하다. 정량이 특정한 것은 어디서 빠지는지이고 정성이 답한 것은 왜 빠지는지다. 가설은 그 사이를 잇는 임시 다리이므로 틀린 가설을 검증 없이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손실이지, 가설이 틀린 것 자체는 손실이 아니다.
이 편이 쓴 용어
지도편이 의 용어표가 이 편 몫으로 남겨 둔 것들 가운데 본문에 실제로 나온 것이다. 그 표가 여덟 편에 두루 통하는 뜻을 담았다면, 아래는 이 편의 문맥에서 그 말이 무엇을 가리켰는지를 적는다.
| 용어 | 이 편에서 가리킨 것 |
|---|---|
| 최고 연봉자의 의견 | 근거가 놓이지 않은 자리를 직급이 대신 채운 상태. 사후에 확인할 수 없어서 문제가 된다 |
| 퍼널 | 지표를 걸어 두는 자리. 구간이 있어야 같은 이름의 지표가 어느 층의 것인지 갈린다 |
| 이탈률 두 가지 | 화면을 떠난 것과 서비스를 그만둔 것. 한국어 이름이 같아 표에서 구분되지 않는다 |
| 사용자 구분 | 뭉쳐 있는 평균을 조건별로 갈라 서로 다른 그림을 드러내는 일 |
| 소리 내어 생각하기 | 사용성 테스트에서 원인을 꺼내는 장치. 앞 사례의 가설을 기각한 것이 여기서 나왔다 |
제품을 만들 문제를 어느 채널로 찾는지는 앞 시리즈의 마이데이터 편이 여섯 갈래로 세어 두었다. 그쪽이 어디서 문제가 들어오는가를 나눴다면, 이 편은 그 가운데 사용자를 만나는 채널들을 어떻게 하는가로 푼 것이다.
정리
세 가지가 남는다.
첫째, 지표의 이름은 값을 특정하지 못한다. 「전환율 20%」는 분모를 무엇으로 잡았는지를 함께 말해야 확인 가능한 문장이 되고, 그런 문장만이 다음 요청의 근거로 쌓인다. 같은 이름을 쓰면서 다른 값을 보는 상태는 조용해서 오래 간다.
둘째, 숫자는 어디까지만 답한다. 정량은 어느 자리에서 빠지는지를 특정하고 멈추며, 왜 빠지는지는 사람을 만나야 나온다. 두 한계가 서로의 강점과 맞물리므로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다.
셋째, 뭉쳐 놓은 값은 차이를 가린다. 잔존율 50%가 실제로는 10%와 90%의 평균일 수 있고 그 둘에서 할 일은 다르다. 평균을 하나 보고 판단을 끝내지 않는 것이 이 편에서 가장 값싸게 얻는 습관이다.
값을 세는 기준은 이렇게 정해진다. 그런데 실제 일은 지표를 정의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목표를 세우고, 순서를 정하고, 무엇을 만들지 적어 넘기고, 결과를 다시 읽는 과정이 한 바퀴로 이어져야 한다. 다음 편은 그 한 바퀴를 하나의 사례로 끝까지 따라간다.
프로덕트 실무 — 지표 · 데이터 · 팀 · 협업
3편 중 3번째
- 1판단을 혼자 들고 있으면 아무도 고쳐 주지 못한다 — 프로덕트 실무의 지형
- 2지표 하나가 좋아진 것은 성과가 아닐 수 있다 — 제품 개발의 순환과 지표의 위계
- 3같은 이름의 지표가 다른 값이 된다 —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와 지표 사전